2024년 1월부터 현재까지 총 3곳의 회사 전략팀에서 data analyst/전략 인턴을 했다. 긴 시간동안 공백기 없이 인턴 퇴사/입사를 하며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던 것 같아, 해당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것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0. 배경
원래 교내 컴퓨터 동아리, it 창업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백엔드/프론트 개발자로 프로젝트나 해커톤에 참여한 적도 꽤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궁금증이 생기고 지속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해당 기능들을 활용해 어떻게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들어내는지였다. 아무래도 전공과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습득한 기술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tech와 biz의 경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었던 것 같다.
1. 첫 인턴 합격
그러던 중 관심있던 기업의 data analyst 인턴 채용 공고에 지원하고 면접을 보게되었다. 이전까지는 단순히 코드를 구현한다던가, 데이터 모델링을 한다던가.. 오류 해결하기에 급급했던 과정 속에서 스스로 어떤 문제를 구조화해서 접근하는 노력을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첫 회사 면접과 동시에 개발자의 입장이 아닌 질문들을 받으며 거의 울먹거릴 정도로 떨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ㅎㅎ...)
약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어려웠던 질문들이 아님에도 해당 비즈니스에 대한 key metric들을 정의하지 못했음에도 합격할 수 있었던 건 아마 가지고 있던 개발역량 때문이었던 것 같다.
2. 1번째 근무
결론적으로는 정말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 내가 속한 팀은 회사의 중장기적 방향성을 수립하는 팀이었고, 초기에는 주로 유관부서와 소통하며 대시보드 구축을 하는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었다. 이후에는 좀 더 넓은 범위로 비즈니스 분석 및 product 지표들까지 다루며 시야를 확장할 수 있었다. 당시 회사는 풀어야할 문제가 많았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 환경이 제대로 구축되어있지 않았기에 나는 daily로 적재되는 warehouse에 접근해서 데이터를 추출하게 되었다.(혹은 간간히 있는 raw를 직접 받아 python으로 가공한다던가..) 데이터 로그 QA도 해보고, 데이터 인프라가 구축되어가는 환경에서 일을 하다보니 정합성의 중요성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해당 기업에서 일하며 도메인 지식, 데이터 기술에 대해서 가장 많은 성장을 했던 8개월이었던 것 같다. 정말 좋은 사수분들을 만났고, 실제로 어느 면접에 가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꼽는 시간이다.
3. 2번째 인턴 지원
시리즈 b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다보니 큰 규모의 회사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data analyst로써 성장하려면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데이터도 해석할 줄 알아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유니콘 기업에 지원하게되었고 심지어 데이터 분석이 아닌 전사 전략 인턴 직무로 지원했다. 전략 학회와는 거리가 먼 내가 나중에 알게된 케이스 면접도 정말 어려웠고, 다시 돌아간다해도 잘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확실히 얻을 수 있었던 건 정답을 원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문제를 접근하고 로직을 만들어내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려고 하신 것 같다. "우리가 송파구에 카페를 낸다고 하면, 어떻게 접근할거에요?"와 같은 ,,, 답이 없는 문제들이었다.
4. 2번째 근무와 시야 확장
가장 난이도가 어려웠던 시간이었다. 너무 큰 회사였고, 전사 전략이다보니 정말 다양한 관점에서 implication을 도출할 수 있어야했다. 신사업 타당성 검토를 한다던가, 수익성 강화를 위한 리서치를 한다던가 ,,, 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고, 알 수도 없었던 업무들을 하다보니 스스로가 답답해서 혼자 운 적도 많았다. 그러나, 국내와는 다른 해외 구조를 벤치마킹 하면서 복잡한 component들을 도식화하여 정리하고, 이에 따른 financial impact를 정리하는 방법 등등 대외비라 언급할 수는 없지만, 실제 organic 성장을 만들어가는 회사에서 일하며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내부 데이터를 활용한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팀장님과 1:1 미팅을 거의 매일 진행하면서, 내가 왜 이런 로직을 만들었는지, 그래서 so what이 뭔지를 항상 단시간안에 요약해서 보고하는게 일상이다보니 사고력도 굉장히 많이 성장한 것 같다.
5. 3번째 인턴 지원과 오랜만에 만난 python
앞선 두번의 회사는 분류하자면 B2C였다. 투자도 하고 어느정도 도메인 지식도 쌓이다보니, 내 사고방식이 B2C에만 맞춰져있는게 아닐까?하는 고민도 생겼다. 때마침 C2C 유니콘, Data analyst 인턴 채용공고를 보게 되었고 지원했다. 나는 나에 대한 글을 정말 못쓰는데, 자소서를 써야하는 곳이라 그게 가장 버거웠던 시간이었다.... 면접을 보며 재밌는 회사라고 생각했고, 면접 본지 약 1시간 30분 만에 합격 전화를 받아서 더 재밌었다.
해당 회사를 퇴사한지는 정말 얼마 안됐고, 가장 기술적으로 많은 스킬이 요구되는 곳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시보드 적재 파이프라인 리뉴얼 부터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Python 코드도 구현해야했다. 앞선 회사에서는 비즈니스 위주로 업무를 했다면, weekly KPI 관리빼고는 SQL 말고 python에 더 오랜 시간을 쏟은 것 같다. GPT도 막혀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오히려 오랜만에 구글링하며 찾아보니 재미있었던 시간이었다. 정말 재밌긴 했지만, 이제는 오래 일하며 한 회사의 성장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좀 커져서 퇴사하게 되었다.
6. 그럼 지금은
우선, 곧 전환형 인턴 입사를 할 예정이라 주어진 업무에 집중할 예정이다. 새로운 플랫폼에서의 도전이라 많이 설레고 긴장된다. 그래도 내 강점은 집요함이고, 1년 6개월동안 쌓아왔던 경험들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믿기로 했다.
아! 그리고 이제 좀 J처럼 계획형으로 살아보고자 한다. 다들 놀라지만, 얼렁뚱땅 일단 저지르고 수습하는 성격이라 매번 계획없이 살아왔는데, 이제 목표를 정하고 계획적으로 실천해보려고 한다!
+ 번외로
오늘 아침에 토익을 봤다. 5년 전에 봤을 땐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토익이 원래 어려웠나 ,,, 싶었다. 아무래도 영어 공부도 잠시 집중해야할 것 같다. 하하~